Aug 8, 2024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초반부는 인류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묘사합니다. 방망이를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유인원들이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장면이 상징적으로 나타나죠. 특히 유인원이 방망이로 해골을 부수는 장면에서 방망이가 하늘로 솟구치며 우주 전함으로 전환됩니다. 이 장면은 인류가 발전시킨 모든 문명의 기원이 단순한 도구, 즉 ‘방망이’와 같은 원형적 움직임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행위는 인류학적으로도 중요한 움직임으로,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시점부터 시작된 매우 오래된 동작입니다.
이러한 원형적 움직임은 ‘고대운동’으로 불리며, 다양한 문명에서 몸과 마음의 힘을 기르는 리추얼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대운동은 생존을 위한 수렵과 채집 활동뿐만 아니라, 의식과 의례를 고양시키는 도구로도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인도와 페르시아 문화권에서는 각각 ‘아카라’와 ‘주르카네’라는 형태로 지역 공동체의 리추얼로 발전하여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주르카네’ 리추얼은 그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원형적 움직임들은 인간의 본능적 행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은 유아기 시절 보호자의 보살핌 속에서 자연스럽게 안기고 안아주는 경험을 합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두 팔로 누군가를 안아주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움직임도 이와 유사한 원형적 동작입니다. 흥미롭게도, 누군가를 안는 움직임과 방망이를 휘두르는 움직임의 패턴은 매우 닮아있습니다. 이 두 가지 동작은 상호 연결된 인간 본연의 동작으로,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공격성과 포용성은 단순히 개념적으로 생각하거나 정서적으로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근원적 움직임을 통해 직접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대운동은 공격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의식화하고, 삶의 일부로 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리추얼입니다. 고대 영웅 서사 속의 영웅들은 모두 공격적인 힘과 세상을 포용하는 힘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이러한 원형적 힘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면, 그 어떤 영웅 서사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창조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따뜻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