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내면에 깃든 근원적 욕망을 이해하고 발산하는 일을 평생에 걸쳐 해나가게 됩니다. 그 욕망은 다양한 층위에서 발현되는데, 어떤 층위는 완전히 억압 또는 왜곡되면서 유기적 차원의 원형성이 퇴행하고 고유성은 퇴색됩니다. 진화 인류학적으로 ‘휘두르기’는 가장 원형적 형태의 움직임입니다. 그리고 이 움직임에는 공격성과 포용성이라는 원형적 가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공격성 :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극 초반을 보면, 인류의 기원이 되는 유인원들의 진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최초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종족이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유인원이 방망이로 해골을 부수는 장면에서 방망이가 위로 솟구치며 갑자기 우주 전함으로 장면이 전환됩니다. 이는 모든 문물의 원형을 따라가면 결국 방망이가 나온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욕망이 깃든 이 세상 모든 문물 속에는 방망이를 휘두르는 유기적 차원의 공격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방망이를 휘두르면 이 유기적 차원의 공격성을 생생하게 체감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힘을 잘 정제하여 진취적으로 활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포용성 : 포용성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실제로 안고 품는 행위에 그 근간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유아기 시절 보호자의 보살핌 속에서 안겨지고 품어집니다. 때문에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두 팔로 누군가를 안을 수 있고 보살필 수 있습니다. 팔로 무언가를 휘두르는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안고 품는 움직임 역시도 인류 원형적 움직임입니다. 두 움직임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처럼 서로 완전히 맞닿아 작동합니다. 실제로 팔로 무언가를 안을 때의 움직임 패턴은 휘두를 때의 움직임 패턴과 매우 유사합니다. 인류가 이룩해낸 모든 문물은 세상을 파괴하기도 동시에 품어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공격성과 포용성은 관념적, 정서적 가치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닌 실체가 분명한 휘두르기 움직임을 통해서 체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대운동 리추얼은 공격성과 포용성을 의식화하는 동시에 ‘휘두르기 움직임’으로 실체화함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원형적인 힘을 기를 수 있게 돕습니다. 고대 영웅 서사 속 등장하는 모든 영웅들은 공격적인 자질과 함께 세상을 포용하는 힘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이 두가지 원형적인 힘을 아주 기초적인 레벨에서부터 천천히 쌓아올라간다면 어느 영웅 서사 못지 않게 이 세상을 창조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온기 가득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